노화와 영양과의 관계는 오랫동안 주요 연구주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균형적이고 건강한 식사는 영양불량과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을 줄일 뿐 아니라 만성적인 질병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을 빠르게 해 줌으로써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일 영양소 또는 어떤 특정한 식단이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생물체의 구성성분일 뿐 아니라 주요 에너지원이지만 너무 과도하게 많은 경우 건강에 해를 주고 노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식이는 노화 및 대사이상과 관련된 여러 인자들을 감소시켜서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저탄수화물의 섭취는 체중을 줄게 하여 심장질환의 위험성을 줄임으로써 건강한 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합니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노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치 않으며 단지 탄수화물의 생체이용성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백질 급원식품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동물성 단백질의 과다 섭취는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아마도 비만과 함께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이나 TOR(target of rapamycin) 신호 경로를 통한 작용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오히려 암이나 노화에 대한 위험성을 낮추었는데 이는 메티오닌 함량이 낮은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초파리와 쥐 실험에서 메티오닌 함량이 낮은 식이를 주었더니 수명이 늘었는데 이는 미토콘드리아에서의 활성산소 생성과 DNA 손상이 줄었기 때문으로 생각되나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질도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세포막을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성분이지만 과다하게 섭취하면 심혈관질환과 당뇨가 증가하고 그로 인하여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고지방 식이를 섭취하면 체내 영양소 수준을 감지하는 유전자인 SIRT-1을 불활성화시켜 대사장애, 비만, 인슐린 저항성 등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레스베라트롤은 SIRT-1을 활성화시키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유지를 위하여 적정한 양과 질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섭취해야만 합니다. 일부 비타민들은 항산화효과가 있어 활성산소의 수준을 낮춤으로써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고비타민 식이는 생리적 기능에 나쁜 영향을 초래하여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기질과 노화 및 수명과의 관계는 잘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분자생물학적인 연구 결과 동물은 노화과정에서 영양소를 감지하는 기능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체내 영양소 수준을 감지하는 경로는 라파마이신 표적(TOR), 키니아제, AMP 키나아제(AMPK), 인슐린/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 신호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경로가 과발현되면 노화가 촉진되고 발현이 억제되면 수명성화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노화의 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미노산 특히 필수 아미노산은 mTOR 신호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며 열량섭취를 제한하면 mTOR 경로의 활성화를 억제하여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 길이는 주로 백혈구에서 측정하는데 식이요인과도 관련성이 있습니다. 지중해식 식사와 같은 식물성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길었는데 아마도 식이에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비타민 C와 E 섭취량이 높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가공육과 붉은 살코기, 가당 탄산음료, 흰 밀가루 빵,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품, 염분을 과다 섭취하는 사람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더 짧았습니다.
혈중 엽산 농도와 텔로미어 길이와의 관계는 U자형을 나타내었습니다. 엽산이나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증가하는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을수록 텔로미어 길이는 짧았습니다. 혈중 지아잔틴, 루테인, 비타민 C와 D, Ca/Mg 비율이 높을수록 텔로미어 길이는 길었으며 반대로 칼슘, 마그네슘, 아연의 농도가 높을수록 텔로미어 길이는 짧았습니다.
영양소들이 어떻게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기전 연구보고들에 의하면 비타민 C와 E, 아연, 셀레늄과 같은 미량영양소들이 부족하면 산소 라디칼에 의한 공격에 취약해져서 텔로미어에 있는 구아닌(G) 염기가 산화되거나 텔로미어의 한쪽 또는 양쪽 가닥이 깨지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엽산이나 비타민 B12와 같은 단일 탄소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이 부족해지면 DNA에 티아민(T) 대신 우라실(U)이 들어가서 우라실 당분해효소에 의한 절단과정 시 추가적으로 더 많은 곳이 절단되어 기능이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나이아신은 텔로미어 반복 인자-1과 함께 작용하여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NAD+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하지만 텔로머레이즈 활성에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적 다형성과 영양소의 대사와 이동에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적 다형성에 따라 식이요인에 의한 텔로미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영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노화과정에서 T 세포의 증식과 B 세포의 기능이 감소하는데 영양불량인 노인은 정상 노인보다 감염질환, 자가면역질환과 기타 주요 질병의 이환율이 더 높았습니다. 한 연구에서 노인들에게 1년간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을 하였더니 T 세포와 자연살해(NK) 세포의 수가 증가하였으며 항원에 대한 T 세포의 증식반응과 IL-2 생성, IL-2 수용체의 분비가 증가하였고 독감예방주사에 대한 B 세포의 반응성이 증가하였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건강하지만 영양섭취가 부족하여 혈중 알부민 농도가 3~3.5g/dL로 저하된 노인은 정상 노인보다 T 세포와 B 세포의 기능과 IL-2의 생성능이 감소해 있었는데 이들 노인들에게 하루 500kcal에 해당하는 추가적인 식이보충을 시행한 결과 면역기능이 향상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지방산의 종류도 면역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n-3 다불포화지방산을 3개월 동안 건강한 젊은 이와 노인에게 섭취시킨 결과 젊은 이보다는 노인에서 혈중 EPA와 DNA의 농도는 더 많이 상승하였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β, TNF-α, IL-6 등의 생성은 더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α-, γ-리노레산을 다량 함유하는 미국 까막까치 박나무의 종자유를 노인에게 보충투여했을 때 지연성 과민반응(DTH)은 증가하였고, PGE2생성은 감소하였지만 T 세포 증식과 IL-2 생성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항산화 영양소인 셀레늄은 면역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셀레늄을 1일 100μg씩 6개월간 투여한 결과 B 세포에 대한 항원에 대한 림프구의 증식 반응이 증가하였습니다.
비타민 E는 중요한 지용성 항산화제로 세포막의 인지질이 과산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노인들에게 비타민 E를 60mg, 200mg 또는 800mg씩 235일간 투여하였을 때 모두 DTH 반응이 증가하였고, 200mg을 투여한 군에서 예방접종 시 항체형성반응성이 가장 좋았습니다. 연구결과 비타민 E는 대식세포에서 PGE2 합성을 감소케 하고 naive T 세포의 기능을 증진시킴으로써 T 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산화 영양소로 잘 알려진 β-카로텐을 노인에게 장기간(격일로 50mg, 12년간) 또는 단기간(매일 90mg, 3주간) 투여했을 때에 T 세포 기능을 향상시키지 못하였으며 장기간 투여 시 자연살해 세포의 활성만 증가하였습니다.
DNA와 RNA 합성을 위한 조효소로의 역할을 하는 비타민 B6를 2개월간 매일 50mg씩 노인들에게 투여한 결과 T 세포와 B 세포의 증식반응이 증가하였으며 T-헬퍼 세포의 비율이 증가하였는데 혈중 B6 농도가 가장 낮은 군에서 가장 효과가 컸습니다.
아연 영양상태가 부족한 노인에게 60mg의 아연을 4.5개월간 투여한 결과 아연성 과민성반응을 나타내는 항원의 수가 증가하였습니다.
글루타티온은 -SH기를 함유하고 있는 세포 내 비단백 물질로 DNA와 단백질 합성, 방사선, 산소중간대사물, 자유라디칼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포함하여 많은 세포 기능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글루타티온의 농도는 노화과정에서 감소하기 때문에 질병이환 가능성과 사망률의 예측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중해식 식사와 전통적 오키나와식 식사와 같이 건강식단으로 알려진 식이는 특징적으로 식품 다양성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같이 폴리페놀과 항산화영양소,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지방의 함량은 낮으며, 단일불포화지방산과 n-3 다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사는 면역기능을 향상시켜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올리브유에 함유된 폴리페놀과 단일불포화지방산은 항염증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표. 노인에서 영양소 보충이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
보충영양소 | 결과 |
종합비타민+무기질 | ↑면역반응, ↓항생제 사용, ↓유병일 수의 감소 |
종합비타민 | 감염에 대한 영향 없음 |
비타민 A+ E+ C | ↑in vitro 면역지표 |
셀레늄 | T세포에 영향 없음, ↑B세포의 반응성 |
아연 | 아연 부족한 대상에서는 면역기능 향상 |
비타민 B6 | B6 영양상태 불량한 대상자에서는 면역기능 향상 |
β-카로텐 | T세포에 영향 없음, ↑NK 세포 활성 |
비타민 A | 감염에 영향 없음 |
비타민 E | ↑T세포의 증식과 IL-2 생성, ↓PGE2 생성 ↑허약한 노인에서 면역기능 향상 |
어유(fish oil) | ↓IL-1β, TNF-α, IL-6, IL-2 생성 ↓지연성 피부과민 반응(DTH)과 T세포 증식 |
공액 리놀레산 | ↑T세포의 증식과 IL-2 생성 NK 세포 활성, PGE2 생성, DTH 반응성에는 영향 없음 |
까막까치 박나무 종자유 | ↑DTH 반응성, ↓PGE2 생성 T세포의 증식과 IL-2 생성에 영향 없음 |
1935년 McCay 등은 음식을 적게 섭취하면 성장속도가 느려져서 수명을 연장할 것이라는 가설을 처음으로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197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 의과대학의 노화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에너지섭취제한과 수명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고 지금까지 이스트, 어류, 곤충, 설치류, 개, 영장류, 사람을 대상으로 매우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습니다.
에너지제한은 식이제한이라고도 하며 일상적인 자유급식에 비하여 에너지 섭취는 20~40% 줄이되 영양소의 부족은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 동물실험 결과 에너지 제한을 하였을 때 노화를 지연시켰고, 최대 수명과 평균수명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설치류의 주요 사망원인은 암으로 전체 사망률의 70~80%를 차지하는데 에너지 제한은 여러 종류의 종양발생을 억제하였고 만성신장질환, 심장질환, 당뇨, 자가면역질환, 호흡기 질환의 발병도 억제하였으며 노화가 지연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 루서스 원숭이를 대상으로 젊은 군과 늙은 군에게 30% 에너지제한 식이를 급식한 결과 수명연장 효과는 없었습니다. 위스컨신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는 대조군의 사망률은 37%인데 비하여 에너지제한군은 13%의 사망률을 보여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영장류에서 에너지제한 식이의 수명연장효과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으나 공통적으로 체중감소가 있었고 근육이나 뇌 무게보다는 체지방 감소가 더 뚜렷했으며 자유급식을 한 원숭이에 비하여 더 젊었기 때문에 사람에서도 만성질환 예방과 수명연장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30% 에너지 재한을 하였을 때 대조군에 비하여 체질량지수, 체지방,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 공복 시 혈당과 인슐린 농도, 혈압, 염증지표가 더 낮았습니다.
에너지제한식이는 총 에너지 감소뿐만 아니라 식이구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열량영양소를 줄여야 하겠지만 동물실험 결과 메티오닌과 트립토판과 같은 특정 아미노산을 줄였을 때 노화관련 질병들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수행한 단면적 연구에서 50~65세에서 단백질 섭취량이 에너지 섭취량의 20%가 넘는 군(고단백군)은 10% 미만인 군(저단백군)에 비하여 사망률이 4배나 되었으나 단백질 급원식품이 식물성인 경우에는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였습니다. 그러나 65세 이상에서는 고단백군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과 총사망률이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따라서 중년기에는 단백질 섭취량을 약간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노년기에는 충분한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에너지섭취제한으로 인한 노화억제 및 수명연장 효과에 대한 기전은 여러 가지로 설명됩니다. 에너지섭취가 줄어들면서 체중감소, 산화적 스트레스 감소, mTOR 경로의 활성화 억제,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의 감소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감소, SIRT-1의 증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감소 등에 의한 결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험적으로 생쥐에서 영양소 감지 경로인 mTOR, sirtuins, IGF-1 등의 유전자를 변이시키면 노화가 지연되고 수명이 연장되었습니다. 그런데 Fontana 등은 실험동물에게 장기간 영양이 부족하지 않은 에너지섭취제한을 한 결과 혈중 IGF-1 농도가 감소하는 것을 관찰하였으며 혈중 IGF-1의 감소가 항노화와 항암효과를 유도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여러 동물 모델에서 IGF-1 유전자를 변이시켰더니 노화가 지연되었고 수명이 연장되었으며, 에너지제한 식이는 IGF-1 결합단백질을 증가시켜 IGF-1의 활성을 낮추었습니다.
에너지제한이 산화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노화나 노화관련 질병을 억제시켰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세포 내 산화적 스트레스의 증가는 세포 내 유전자 전사인자들에 영향을 줍니다. 활성산소의 증가는 NF-κB를 활성화시켜 cyclooxygenase(COX)의 발현과 활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염증반응이나 혈액응집을 촉진하는 프로스타글란딘(PG) E2와 트롬복산(TX) A2의 합성을 증가시킵니다. 이밖에도 염증성 매개물질인 TNF-α, IL-1, IL-2, IL-6 등과 NO합성효소(iNOS)의 발현을 유도함으로써 염증반응을 증가시킵니다. 노화에 따른 염증성 반응의 증가는 산화적 스트레스의 증가로 인한 MAPK 신호전달경로의 활성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에너지 제한은 MAPK 신호전달 경로의 활성화를 억제합니다. 또한 에너지제한은 간, 지방조직, 뇌, 신장 등의 조직에서 NF-κB의 활성화를 막는 SIRT-1이라는 전사인자의 발현을 증가시켰으며, 세포 내 대표적인 영양소 감지 신호경로의 하나인 mTOR의 활성을 저하시켰습니다. mTOR는 세포의 성장, 증식, 발달, 기억, 혈관 생성, 면역반응 등 다양한 기능을 조절합니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세포분열, 세포노화 및 사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에 변화가 생겨 기능이상이나 암 등이 발생하기 쉽게 됩니다. 에너지제한식이는 이러한 노화에 따른 유전자들의 발현이 변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세포 내 RNA에는 400개 이하의 핵산으로 이루어진 매우 짧은 비코딩 RNA(small noncoding RNA, sncRNA)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백질을 합성하도록 하지는 못하지만 표적 유전자와 상호작용을 통하여 세포 기능을 조절합니다. sncRNA는 혈액이나 세포외액을 순환하는데 표적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세포들 간의 의사소통의 일부분을 담당합니다.
이 중에 크기가 매우 작은 마이크로 RNA(miRNA)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단일 가닥의 비코딩 RNA로서 mRNA와 결합하여 분해시키거나 단백질 합성과정을 억제합니다. 인간 게놈의 60% 이상이 miRNA에 의하여 조절된다고 하니 miRNA의 생물학적인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혈중 miRNA 농도가 낮았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miRNA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나 DNA 수선과정에도 관여를 하기 때문에 노화로 인한 miRNA의 감소는 암이나 기타 노화관련 질병 또는 염증반응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Mercken 등은 늙은 원숭이와 젊은 원숭이의 골격근에서 miRNA 발현에 차이가 있었지만 에너지제한식이를 한 늙은 원숭이는 젊은 원숭이와 비슷하였습니다. 또 쥐 실험 결과 에너지제한식이는 뇌에서 노화에 따라 증가하던 miR181a-1, miR-30e, miR-34a 수준을 낮추었고 이들 miRNA들의 표적 유전자인 Bcl-2가 증가하는 것도 억제시킴으로써 인지기능과 관련 있는 뇌세포의 사멸을 억제시켰습니다. 에너지제한을 한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의 발병이 감소하고 노화로 인한 학습 및 기억의 감퇴가 완화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사람은 에너지제한을 하면 호르몬의 변화가 나타나고 콜레스테롤, C-반응 단백질(CRP; 염증지표), 혈압과 경동맥 두께의 감소가 초래되어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동물에서는 에너지제한을 하면 혈중 IGF-1 농도가 30~40% 감소하였으나 사람에서는 단백질 섭취량을 줄이지 않으면 IGF-1 농도가 감소하지 않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Redman 등은 25세부터 52세까지 20% 에너지제한을 한 결과 수명이 5년 연장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55세부터 22년간 30% 에너지제한을 하였을 때에는 2개월의 수명연장 효과밖에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장수지역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오키나와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오키나와인들은 미국인에 비하여 60~64세 사망률이 50%나 낮았으며 심장병, 뇌졸중, 암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일본 본토보다 30~40% 낮았는데 그들은 일본인보다 20%, 미국인보다 40%나 적게 열량을 섭취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는 6개월간 25%의 열량제한 식이를 한 실험결과 수명의 생물학적 지표인 공복 시 인슐린 농도와 체온이 떨어졌으며, 인슐린 민감도가 향상되었고 에너지 대사와 산화적 스트레스가 감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에너지제한으로 인한 부작용도 보고되었습니다. 성호르몬의 감소와 그로 인한 골다공증이 증가하였으며 체온저하 및 체지방 감소, 근육량 감소로 인하여 추위에 더 민감해졌고, 콜라겐 합성과 세포증식이 느려짐으로써 상처 회복 속도가 느려졌으며 심리적으로 우울증과 불안감이 많아지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사과정에서 생성된 독성이 있는 부산물과 불완전한 복구로 인한 손상으로 신체가 노화한다는 이론에서 본다면 영양과 노화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자유라디칼에 의한 단백질, 지질, DNA의 손상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를 방어하는 항산화능력은 직간접적으로 영양상태에 의하여 영향을 받습니다. 세포에 존재하는 비타민 C, E, 카로티노이드와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물질은 대부분 섭취한 과일과 채소에서 온 것이며, 셀레늄, 구리, 아연과 같은 무기질들은 산화적 손상을 막고 해독 작용을 하는 효소인 슈퍼옥사이드 디스무테이스(SOD)와 글루타티온 퍼옥시데이즈와 같은 항산화효소들의 중요한 조효소로 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항산화 영양소, 특히 β=카로텐은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식물에 존재하는 파이토케미컬의 주요 성분은 폴리페놀류이며 그 안에는 폴라보노이드, 이소플라본, 사포닌, 리그난, 알릴화합물 등이 있습니다. 폴리페놀류는 대체로 건강에 유익한 생리활성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라보노이드는 식물의 청색, 적청색, 자색 등의 색깔을 나타내는 색소물질로 수백 종 이상 발견되었습니다.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효과, 항암효과, 항염증효과, 항당뇨효과, 혈압강하효과, 혈중지질강하효과, 장기능개선효과 등을 나타냅니다. 대표적인 플라보노이드로는 적포도주에 많은 레스베라트롤, 딸기나 블루베리, 가지 등에 많은 안토시아닌, 사과, 양파 등에 많은 퀘르세틴, 감귤류에 많은 헤스페리딘, 녹차에 많은 카테친이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녹차와 다양한 채소 및 과일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소플라본은 대두와 대두식품에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하여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나 때로는 경쟁적인 길항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이소플라본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혈관의 탄력성을 증대시키며, 저밀도지단백(LDL)의 산화를 막아주는 효과를 통하여 동맥경화 및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유방암과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리그난은 참깨, 밀배아, 귀리, 메밀, 오트밀, 보리, 대두, 해조류 등에 들어 있습니다. 식물성 리그난은 장내 박테리아에 의하여 생리활성을 가지는 형태로 바뀌는데 이는 세포분열을 억제하고 항산화활성을 나타냅니다. 이와 함께 에스트로겐의 제거를 촉진하고 에스트로겐 결합단백질을 증가시켜 유방암의 위험성을 감소시킵니다.
알릴화합물은 유기황을 포함하고 있어 특유의 냄새와 매운맛이 있습니다. 간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등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와 혈압을 낮춥니다. 마늘, 양파, 부추, 파 등이 급원입니다.
오메가-3(n-3) 계열 다불포화지방산의 섭취는 노화와 관련된 질환들에 대한 이환율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3 지방산은 암을 예방할 뿐 아니라 뇌조직의 건강한 발달, 간에서의 지방 축적 억제, 혈관의 이완, 염증반응의 억제,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 면역기능 증진 효과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대 이후 70대까지 혈청이나 적혈구 내 EPA와 DHA의 농도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이는 식이섭취패턴의 변화도 있겠지만 노화과정에서의 n3 지방산 대사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n-3 계열의 대표적인 긴사슬 다불포화지방산(LC-PUFA)인 DHA는 특히 뇌에 많이 존재하여 대뇌피질의 전체 LC-PUFA의 약 30~40%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DHA는 뇌신경 세포막의 유동성, 수용체에 대한 친화력, 신호전달 등과 같은 뇌 기능과 연관되어 있으며, 신경의 분화와 이온채널, 사멸 등도 조절합니다. 한편 EPA는 뇌세포 세포막의 주요 구성성분은 아니지만 신경의 기능에 관여함으로써 신경께 질환을 감소시킵니다. EPA와 DHA는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항염증 효과와 신호 전달, 유전자 발현 등에 관여하여 신경계 노화를 지연시킵니다. 여러 역학조사 결과 생선과 해산물의 섭취량이 치매 발생률과 관계가 있었으며, n-3 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이를 섭취할 때 노화과정에서 인지기능이 저하하는 위험성을 감소시켰습니다.
노화에 따른 근육량의 감소는 체력저하로 나타납니다. 골격근의 20% 정도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음식섭취를 통하여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단백식을 한 노인은 저지방식을 한 노인보다 3년간의 근육감소량이 40% 정도 더 낮았습니다. 따라서 노년기에 근육단백질의 평형성을 유지하려면 단백질 섭취량을 최소한 0.8~1.0g/kg/일 이상으로 해야 하며, 운동량이 많거나 신장질환을 제외한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 많은 단백질의 섭취를 권장합니다.
골다공증이 진행된 이후에는 칼슘을 많이 섭취해도 골밀도를 증가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칼슘이 충분한 균형 있는 식사와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과 성인기에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여 최대골밀도를 높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으며 중노년기에는 골밀도 감소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도록 해야 합니다.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는 피부에서 자외선을 받으면 합성하기 때문에 햇볕을 하루 15분 정도 쬐면 하루 필요량을 충족할 수 있으므로 야외활동을 매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외선이 약한 겨울이나 주로 실내에서만 활동하는 사람은 비타민 D가 결핍되기 쉽습니다.
노화 - 우리나라 노인의 영양소 섭취의 문제점 (0) | 2021.10.02 |
---|---|
노화 - 건강한 노화를 위한 식생활관리 (0) | 2021.10.01 |
노화 - 영양소 대사이상 (0) | 2021.09.29 |
노화 - 신체적 특징, 생리적 변화 (0) | 2021.09.27 |
노화 - 정의, 수명, 원인 (0) | 2021.09.2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