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체가 조직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약화되는 현상입니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수정란에서 시작하여 성체가 되고 사망할 때까지 계속되는 생의 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기능적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 간 또는 지역 간에 인간의 수명을 비교하는 방법에는 100년을 넘게 산 백세인의 숫자를 비교하는 방법과 전체 지역민의 평균수명을 비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백세인의 숫자가 많은 나라의 평균수명이 꼭 높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볼리비아, 도미니카, 피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와 같은 나라의 평균수명은 50세 정도밖에 안되지만 백세인의 숫자는 많고, 핀란드, 독일, 일본, 스위스 같은 국가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지만 백세인의 수는 1만 명에 1명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의 평균수명은 20세기 초에는 50세 정도였으나 20세기 말에는 70세 이상으로 증가하여 40% 이상 연장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도 1973년 63세에 불과하였으나 2014년에는 81.4세로 매우 빠르게 증가하였습니다.
평균수명이란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기간으로 0세의 기대수명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최대로 오래 살 수 있는 기간은 얼마일까? 인간은 다른 영장류를 포함한 포유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살며 거북이나 코끼리, 고래 같은 몇 가지 동물들만이 인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오래 삽니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최대수명은 125세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평균수명이나 기대수명의 개념 이외에 건강수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였습니다. 건강수명이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 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기간을 뺀 기간으로 사망 시까지 건강한 삶을 살았던 기간을 말합니다. 2014년도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수명은 73세로 평균수명과는 8년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건강수명은 노인의 삶의 질과도 관계가 있는 지표이므로 평균수명보다는 건강수명을 최대한 증가시키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세인의 특징
전 세계의 백세인들은 언어와 환경, 문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성이 있다.
1. 비만하지 않고 마르면서 강건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2.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
3. 성격은 긍정적이면서도 강하여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잘 견뎌낸다.
4.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암 등의 질병 발현 빈도가 낮다.
5. 치매 발생률이 낮다.
6. 신체활동을 많이 한다.
7. 여자는 고령출산이 많다. 이는 노화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반영한다.
8. 남자는 여자보다 백세인 수는 절대적으로 적지만 건강상태나 인지기능은 여자 백세인보다 더 좋다.
동물의 종에 따라 수명이 다른 것은 그 생명체의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 때문이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수명을 결정하는 수명유전자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물학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노화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세포가 죽도록 하는 사망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등의 여러 가지 의문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예정수명 이론은 종마다 유전적으로 타고날 때부터 생의 시간표가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생물학적 시계에 맞추어 여러 유전자들이 순차적으로 발현되었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고 노화하고 사망한다는 이론입니다.
사람의 몸은 수정란이라는 1개의 세포로부터 분열을 거듭하여 1,000억 개 이상의 세포를 가지는 성체가 되고 더 이상 분열하지 않게 됩니다. 레오나르도 헤이플릭(Leonard Hayflick)은 생체조직에서 유래한 세포는 아무리 훌륭한 배양조건에서 키우더라도 일정한 횟수만큼 분열한 후에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결국은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각 생체의 세포에는 정해진 수명의 한계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헤이플릭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고양이는 8번, 말은 20번, 인간은 6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할 수 있었으며 젊은 사람에게서 떼어낸 세포는 늙은 사람의 세포보다 분열 횟수가 더 많았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동물의 수명과 노화가 세포분열 횟수에 의하여 조절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핵을 가지고 있는 모든 세포는 핵 안에 유전자 덩어리인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telomere)라 부르는 염색체의 끝부분이 조금씩 줄어드는데 이것은 내적, 외적 유전독성물질에 의하여 손상받기도 합니다. 텔로미어는 같은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두 가닥의 DNA 사슬이 루프모양으로 단단히 결합되어 염색체 끝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계속된 세포 분열로 인하여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져 루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면 염색체의 안정성이 위협받게 되어 세포가 노화되거나 암세포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끝없이 분열하는 암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구해 주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telomerase)가 활성화되어 있으나 사람의 정상적인 체세포에는 불활성화 되어 있어 짧아진 길이를 복구하지는 못합니다.
생체 내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생물학적 시계는 호르몬을 통하여 노화의 속도를 조절한다는 이론입니다. 서로 다른 모델의 생물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인슐린/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nsulin-like growth factor, IGF) 신호가 생체의 성장, 분화, 그리고 환경과 영양상태의 변화에 따른 대사적 반응 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노화와 관련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실험적으로 초파리의 인슐린/IGF 신호를 억제하도록 유전자 변이를 시켰더니 수명이 2배로 증가하였으며 다른 동물실험에서도 성장호르몬/IGF-1 신호를 억제하도록 유전자 변이를 시켰더니 수명이 연장되었습니다.
포유동물에서 탄수화물은 중추신경계와 면역계에 있어서 필수적인 에너지원입니다.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면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여 포도당을 산화시키거나 탄수화물이나 지방으로 전환시켜 저장하고,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으면 이러한 작용은 억제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췌장기능이 저하하기도 하고 조직의 포도당에 대한 인슐린 민감도가 점차 떨어지게 되어 당뇨병의 발생 빈도가 증가합니다. 그런데 연구결과 90세 이상의 장수인들과 그 자손들은 포도당 내당능(glucose tolerance)과 인슐린 민감도를 잘 유지하고 있어 대조군보다 공복 시 혈당농도와 인슐린 농도가 더 낮았습니다. 한편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연령에 따른 인슐린 저항성을 측정해 보니 나이가 들수록 점차 증가하여 80세에 최고에 다다랐다가 85~90세 이후에는 점차 감소하였습니다.
이밖에 나이가 들면서 여러 호르몬들의 분비량과 효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들 호르몬들의 감소가 노화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성장호르몬을 노인들에게 주사하면 근육량과 골밀도가 다시 증가하고 지방 축적이 감소하며 피부상태가 젊어졌는데, 주사를 중단하자 바로 원상 복구되었습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폐경기 증상의 완화와 골다공증, 심장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가 있으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노인들의 근력을 강화시키고 활력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보입니다.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HEA)도 노화됨에 따라 혈중 농도가 감소하고 암, 심질환, 스트레스 등의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동물실험 결과 DHEA를 투여하면 노화가 지연되고 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면역기능을 증진시켰으나 사람에서의 효과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생체리듬을 주관하는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도 노화과정에서 감소하는데 이를 동물에게 투여하였을 때 항노화 및 수명연장 효과를 보였습니다. 흉선에서 분비되는 α-티모신과 같은 호르몬도 면역기능을 증진시킴으로써 노화현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기능이 쇠퇴하여 쉽게 감염이 되어서 노화되고 사망에 이른다는 이론입니다. 면역기능은 청소년기에 최고에 이르렀다가 점차 쇠퇴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항체의 능력이 떨어져 새로운 병에 대한 방어력이 감소합니다. 실제로 심혈관질환, 염증성 질환, 치매, 암 등에서 면역반응의 이상이 발견되기는 하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1956년 컴포트(Comfort)가 제안한 이론으로 동물의 세포와 조직은 살아 있는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사용시간이 경과하면서 낡아서 기능이 저하되어 노화가 온다는 가설입니다.
산소는 생물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세포에서 정상적인 대사과정 중에 부산물로 일부 활성산소가 생성됩니다. 더구나 자외선을 비롯한 외부 환경자극이나 스트레스, 격렬한 운동, 잘못된 생활습관 등은 활성산소와 자유 라디칼들의 생성을 크게 증가시킵니다. 증가된 활성산소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핵산, 지질, 당 등을 공격하여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고 이는 기관과 조직의 기능이상을 가져오게 하며, 장기적으로는 노화, 동맥경화, 백내장, 신경계질환, 관절염, 암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덴함 하몬(Denham Harmon) 박사는 노화에 따른 생체의 기능저하와 조직 손상은 활성산소의 축적에 기인한다고 하였습니다.
활성산소와 관련하여 미국 노화연구소의 리처드 커틀러(Richard Cutler)는 생물 종마다 수명이 다른 것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주요 항산화효소인 슈퍼옥사이드 디스무테이스(superoxide dismutase, SOD)의 함량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SOD 유전자를 세포에 주입한 초파리가 5~10% 정도 수명연장 효과가 있었고, SOD와 카탈레이스(catalase)를 함께 주입한 초파리는 수명이 30% 정도 연장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 이론은 산화적 스트레스설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레빈(Leven) 박사는 여러 포유동물들의 심박수와 수명을 비교하였더니 사람을 제외하고 심박수가 많을수록 평균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사람을 포함하여 이들 포유동물들 간에 평균수명은 40배의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생동안의 총 심박수와 로그 값은 평균수명이나 체중에 관계없이 거의 비슷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심박수는 체내 산소이용량과 관계가 있고 이는 대사속도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포유동물은 대사속도가 빠를수록 수명은 짧고 느릴수록 수명은 길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세포 내의 DNA, RNA, 단백질, 그 밖의 거대분자들의 손상이 축적되어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입니다. 특히 매우 중요한 유전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세포 내의 DNA는 자외선, 독성물질, 활성산소 등에 의하여 손상을 받아 불완전해지거나 염기서열이 바뀌어 돌연변이가 일어납니다. 따라서 DNA가 손상되었을 때 빠르게 수선하는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DNA 손상 축적으로 인하여 노화나 퇴행성질환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DNA 수선효소들의 활성은 생물의 수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로 사람은 수명이 짧은 다른 동물보다 DNA 수선능력이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DNA 수선능력은 감소합니다. 선천적인 조로증 환자나 암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정상인에 비하여 DNA 수선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에는 DNA를 보호하는 막이 없을 뿐 아니라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DNA 손상을 쉽게 받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DNA 손상은 당뇨병과 같은 질병 및 노화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포 내에서 핵산이나 단백질 합성과정 중에 오류가 종종 일어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가 증가합니다. 노화와 함께 DNA 합성, 전사과정과 단백질 합성과정에 관여하는 물질 중에 비정상적인 것들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세포나 박테리아를 이용한 실험에서 단백질 합성의 정확도를 감소시켰더니 노화가 촉진되었으며, 반대로 정확도를 증가시켰더니 노화속도가 느려지고 수명이 연장되었습니다.
브조크스텐(Bjorksten)이 제안한 가설로 나이가 들수록 세포 내에 존재하는 분자들 간에 비정상적인 교차결합이 증가하여 구조적 변형이 일어남으로써 기능저하가 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생체 내에 당이 필요한 양보다 많거나 대사이상이 생기면 다른 분자들과의 교차결합이 증가합니다. 당의 교차결합에 의하여 생성된 물질에는 고도당화종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AGEs)이 있는데, 고도당화종산물은 세포의 가장 중요한 단백질 중의 하나인 콜라겐 등과 결합하여 결체조직을 딱딱하게 만들며, 동맥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백내장과 신경과 신장의 기능저하를 초래합니다. 당뇨환자인 경우 이러한 당화작용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어 노화와 퇴행성질병을 촉진합니다. 생체 내에서 방어기능과 면역기능을 가지고 있는 대식세포(macrophage)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물질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노화됨에 따라 대식세포의 기능도 저하될 뿐 아니라 이들 물질을 최종적으로 신체 밖으로 제거하는 신장의 기능도 저하하기 때문에 노화될수록 체내에 교차결합에 의한 비정상적인 물질들은 점차 축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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